
라푼젤은 회복력, 사랑, 자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푼젤
옛날 옛날, 깊은 숲 근처의 작은 마을에 아기를 간절히 바라던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고, 마침내 그들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부인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아기와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설레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아내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옆집 정원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온갖 아름다운 식물과 꽃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풍경은 숨이 멎을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원은 ‘고텔’이라는 무서운 마녀의 것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그 정원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특히 그곳 한가운데 자라고 있던 ‘라푼젤’이라는 식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며칠 동안 아내는 라푼젤을 너무나도 먹고 싶어 했고, 결국 그 갈망은 그녀의 몸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점점 기운이 빠지고 병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옆집 정원의 라푼젤이 정말 필요해요…” 그녀는 남편에게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먹으면 병이 나을 것 같아요.”

남편은 아내의 상태가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을 보며,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그는 그날 밤, 몰래 고텔의 정원에 들어가 라푼젤 잎을 한 움큼 따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마녀가 무섭긴 했지만, 그는 어둠 속을 살금살금 지나 정원 안으로 들어갔고, 조심스레 라푼젤을 손에 넣었습니다.
다음 날, 아내는 그 잎을 먹고 놀라울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녀는 또다시 라푼젤을 먹고 싶어 했습니다.
“딱 한 번만 더…” 남편은 혼잣말을 하며 다시 정원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고텔이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감히 내 정원에서 라푼젤을 훔치다니!” 고텔은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
“제발, 용서해 주세요!” 남자는 간절히 애원했습니다.
“제 아내가 많이 아픕니다. 라푼젤을 먹으면 그녀의 병이 나아요!”
고텔은 한동안 말없이 남자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네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내게 줘야 해.”
남자는 얼굴이 새하얘졌습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절대로!”
“그렇다면 네 아내는 계속 아프게 될 거야.” 고텔은 그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선택해. 아이냐, 아내의 목숨이냐.”
남편은 고통스러운 선택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생명을 위해, 그는 마녀의 끔찍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은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가득 찼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날 밤, 고텔은 조용히 부부의 문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아기를 품에 안고 숲 속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부부는 다시는 자신의 딸을 볼 수 없었습니다.

고텔은 아이에게 ‘라푼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깊은 숲 속 외딴 곳에 있는 높은 탑에서 그녀를 키웠습니다.
그 탑에는 문이 하나도 없었고, 꼭대기에 단 하나의 창문만 나 있었습니다.
고텔은 라푼젤을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격리시켰고, 그 누구도 그녀를 볼 수 없도록 숨겨두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라푼젤은 윤기 나는 진한 갈색 머릿결을 가진, 젊고 아름다운 소녀로 자랐습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점점 더 길어졌고, 결국 고텔은 그 머리카락을 밧줄처럼 이용해 탑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머리를 내려줘!” 고텔은 거의 매일 탑 아래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러면 라푼젤은 창문 밖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내려주었고,
고텔은 그 머리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라푼젤은 착하고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너무나 깊고 고된 외로움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주 창가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달콤했고, 노래는 숲속 깊은 곳까지 퍼졌지만,
라푼젤은 그 누구도 자기 노래를 듣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을 지나가던 젊은 왕자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며 중얼거렸습니다. “누구지? 이 목소리는?”
왕자는 노랫소리를 따라 숲 속을 걸었고, 곧 하늘 높이 솟은 탑 앞에 도착했습니다.
탑 꼭대기 창가에는, 한 소녀가 앉아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햇빛을 받은 그녀의 진한 갈색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은은한 빛을 내며 창문 아래로 길게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왕자는 숨을 삼켰습니다.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가지?”
그는 탑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았지만, 어디에도 문은 없었습니다.
왕자가 막 돌아서려 할 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는 재빨리 나무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두운 망토를 두른 노파가 탑 아래에 도착하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머리를 내려줘!”

그러자 창문에서 굵고 단단하게 땋은 머리카락이 길게 내려왔고,
노파는 그 머리를 잡고 정말로 밧줄처럼 타고 올라갔습니다.
왕자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저 노파는 대체 누구지? 그리고 저 소녀는 왜 저런 탑에 갇혀 있는 거지?”
왕자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그 자리를 떠났고, 다음 날 다시 돌아와 라푼젤과 직접 이야기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음 날, 왕자는 다시 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텔이 떠난 것을 확인한 그는 조심스럽게 탑 아래에 서서 외쳤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머리를 내려줘!”

라푼젤은 그 목소리를 듣고, 늘 하던 대로 고텔인 줄 알고 창밖으로 머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탑 꼭대기 창문 앞에 올라온 사람은 고텔이 아니라 한 낯선 남자였습니다.
라푼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당신은 고텔이 아니에요!”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왕자는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맞아요, 저는 고텔이 아니에요. 당신의 노랫소리를 듣고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그래서 당신을 만나고 싶었어요.”
라푼젤의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고텔 외에는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세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왕자입니다.” 왕자는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에요. 단지 당신이 누구인지, 왜 이 탑에 갇혀 있는지를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라푼젤은 창밖으로 멍하니 숲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고텔이 나를 부모님에게서 빼앗아 갔어요.
그때부터 나는 이 탑 안에 갇혀 살았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조차 몰라요.”
왕자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그건 너무 끔찍해요. 당신은 절대 이곳에 갇혀 있어선 안 돼요.
나와 함께 갑시다. 내가 당신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줄게요.”
하지만 라푼젤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럴 수 없어요. 고텔이 저를 찾아낼 거예요. 그리고 저는 도망칠 방법도 몰라요.”
왕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매일 당신을 찾아올게요. 그리고 꼭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약속해요.”
처음으로 라푼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고마워요. 지금까지 저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 후로 왕자는 매일 라푼젤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점점 가까워졌고, 진심 어린 친구가 되었습니다.
왕자는 항상 고텔이 떠난 뒤에 찾아왔고,
라푼젤과 오랜 시간을 함께 이야기하며 탈출 계획을 세웠습니다.
수주 동안 계속된 왕자의 방문은 라푼젤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희망과 기쁨이라는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고텔이 평소처럼 탑을 오르던 중, 라푼젤이 무심코 입을 열었습니다.
“왜 당신은 왕자보다 훨씬 더 무거우세요?”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순수한 호기심에 그렇게 말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순간, 고텔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왕자? 무슨 왕자?”
고텔은 날카롭게 물었습니다.
라푼젤은 숨을 들이쉬며 입을 막았습니다.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 누군가를 몰래 만나고 있었구나!” 고텔의 눈빛은 분노로 번쩍였고,
그녀는 고함을 질렀습니다. “너는 나를 배신했어!”

“아니에요, 고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라푼젤이 변명하려는 순간, 고텔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습니다.
“그 왕자를 너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고텔은 이를 악물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옷 속에서 가위를 꺼내 들더니,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라푼젤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단번에 잘라버렸습니다.
그녀의 진한 갈색 머리카락은 바닥으로 툭! 떨어졌습니다.
라푼젤은 놀람과 슬픔에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섰습니다.
고텔은 냉정하고 잔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네가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

그날 밤, 고텔은 라푼젤을 먼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외롭고 쓸쓸한 사막 한가운데였습니다.
라푼젤은 그렇게 바람조차 외로워 보이는 그곳에 버려졌고,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고텔은 조용히 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왕자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왕자는 또다시 라푼젤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탑 아래에서 소리쳤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머리를 내려줘!”

언제나처럼, 진한 색의 땋은 머리카락이 창문에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왕자가 머리를 타고 올라가자, 놀랍게도 그곳에는 고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는 너무 늦었어!” 고텔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라푼젤은 사라졌고, 너는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왕자의 마음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녀는 어디에 있나요?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나요?”

고텔은 냉담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네가 결코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다.”

절망에 빠진 왕자는 고텔의 분노를 피해 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나무 아래로 떨어져 땅에 세게 부딪혔고,
살아남았지만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눈을 찔려 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왕자는 상처 입은 몸과 마음으로 숲속을 헤매며 라푼젤을 찾아다녔지만, 그녀를 찾을 희망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한편, 라푼젤은 광활한 사막에서 홀로 살아가며, 왕자를 그리워했습니다.
매일 그와 함께했던 짧은 행복의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잃어버린 사랑을 애도하듯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막을 걷던 라푼젤은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심장은 마치 멎을 것 같았습니다.
“왕자님?”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정말 당신인가요?”
그리고 그녀는 그 목소리를 따라 달려갔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지친 모습으로 헤매고 있는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방황과 절망이 가득했습니다.

“왕자님!” 라푼젤은 소리치며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나에요! 라푼젤이에요!”
왕자는 멈춰서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라푼젤? 정말?”
“네!” 라푼젤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습니다. “정말 많이 보고싶고 그리웠어요!”
라푼젤의 반가움의 눈물이 흘러 그의 얼굴에 떨어졌고, 놀랍게도 그 눈물 방울이 왕자의 잃었던 시력을 되돌려주었습니다.
“나는 이제 다시 모든 것을 볼 수 있어요!” 왕자는 라푼젤의 눈을 바라보며 외쳤습니다.
“너의 눈물, 그 눈물이 나의 눈을 낫게 했어요!”
두 사람은 재회의 기쁨으로 가득한 마음을 안고 사막을 떠났습니다.

왕자는 라푼젤을 자신의 왕국으로 데려가 웅장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라푼젤은 마침내 탑과 고텔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습니다.
한편, 고텔은 그날 이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외로운 정원으로 돌아가 마력이 서서히 사라졌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분노와 원망에 가득 차 숲 속으로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라푼젤은 고텔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유로운 몸과 마음으로 왕자와 함께 지내며,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라푼젤과 왕자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